2025년 4월 프랑스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명확했다. 전기차 판매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선택은 점점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르노는 선두를 지키고 있고, 테슬라는 순위에서 밀려나며 존재감을 잃고 있다. 정체된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실용성과 신뢰성을 따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하락, 르노 상승… 프랑스 브랜드 강세

이번 4월 판매 순위에서는 테슬라 모델이 전기차 상위 10위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한때 시장을 주도하던 테슬라 모델 Y는 3월까지만 해도 2위에 올랐지만, 이달에는 11위로 하락하며 상징적인 자리를 내주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5,237대로 4위에 그쳤다.

반면, 르노는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르노 5는 4월에만 2,267대가 등록되었으며, 연초 이후 누적 등록 대수는 11,454대에 달한다. 스키닉(Scénic)과 시트로엥 C3도 상위권에 오르며 프랑스 브랜드의 강세를 입증했다. 상위 10개 전기차 모델 중 7개가 프랑스 브랜드일 정도다.

그러나 순위보다 더 주목할 것은 전체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다. 4월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5,542대로, 전년 대비 2.78% 증가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100,06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4.40% 감소했다.

자동차산업협회(PFA)에 따르면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18% 수준에서 정체 중이다. 즉, 다양한 신모델이 출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수요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하이브리드, 실용성과 신뢰성으로 인기 몰이

전기차가 친환경적이고 운용비용이 낮으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높은 초기 구매 비용,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제한적인 주행 거리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여기에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주춤하고 있다.

PFA는 4월 프랑스 전체 자동차 시장이 139,000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5.64%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를 미루거나, 중고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PFA 임시 대표 니콜라 르 비고(Nicolas Le Bigot)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프랑스인들은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4월에는 60,927대가 등록되며 전년 대비 무려 47.42% 증가했다. 2025년 들어 누적 성장률은 54.52%에 달한다. 특히 일반 하이브리드는 별도의 충전소나 가정용 충전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많은 운전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4월에 7.52% 감소했으며, 올해 누적으로는 무려 39.15% 감소했다. 이는 복잡한 충전 방식과 가격 대비 효율성에서 오는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소비자들은 친환경 전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전략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는 여전히 미래지향적인 선택으로 간주되지만, 하이브리드는 현재 시점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