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 모터스(GM)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2년간 40억 달러(약 5조 4천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관세 불확실성과 전기차(EV) 수요 둔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GM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폴 제이콥슨은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도이치뱅크 자동차 콘퍼런스에서 “현재의 관세 상황과 전기차 수요 추이 등을 고려하면, 생산을 재조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계획에는 미국 내 일부 공장에서의 생산 확대뿐만 아니라,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일부 차량의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GM은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있는 가솔린 모델인 쉐보레 블레이저와 이쿼녹스를 2027년부터 미국에서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는 기존의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고, 쉐보레 타호와 같은 대형 SUV 및 실버라도 같은 경량 픽업트럭과 같은 가솔린 차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기차 생산은 오리온 공장에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인 ‘팩토리 제로’로 이전된다.
GM은 올해 1분기에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등 대형 픽업트럭을 포함해 총 2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2007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타호, 서버번, GMC 유콘 등 인기 대형 SUV의 판매도 전년 대비 31%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제이콥슨은 “전기차 수요가 다소 둔화된 상황에서, 팩토리 제로는 전기차 수요를 충족할 수 있고, 오리온 공장은 대형 SUV 생산 기지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텍사스주 알링턴 공장의 부담을 줄이고,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미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생산 재조정은 소비자 수요 변화에 따른 전략적 판단인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관세 이슈에도 대응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GM은 이미 5월 초, 관세 노출로 인해 올해 세전이익(EBIT)이 40억~5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중 최대 30%는 비용 절감 및 대응책을 통해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콥슨은 2분기 중 관세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전략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GM은 차량 가격을 유지했고, 경쟁사들이 가격을 인하한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입 측면에서는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로의 차량 출하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뷰익 앙코르 GX, 뷰익 엔비스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등은 계속해서 현지 및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제이콥슨은 “멕시코 공장의 가동은 유지되며, 미국 내 생산이 본격화되면 멕시코 생산 차량은 미국 외 수출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