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AI의 공세 속에서도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장악력은 오히려 짙어지는 모양새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네이버 검색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지난달 베타 서비스로 조용히 선보인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 탭(AI Tab)’이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쥐어주면서 포털의 새로운 득점 루트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트렌드 지표를 보면 흐름이 꽤 명확하다. AI 탭 도입 이전인 올해 초부터 4월 26일까지 네이버의 평균 검색 점유율은 63.82% 수준이었는데, 4월 27일 론칭 이후 6월 17일까지 66.34%로 훌쩍 뛰었다. 심지어 5월 24일에는 무려 81.34%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찍기도 했고, 이후로도 심심찮게 70% 선을 넘나들고 있다. 치열해진 검색 생태계 판도에서 네이버 특유의 생성형 AI 승부수가 유저들의 발길을 다시 돌려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쯤 되면 AI 탭이 대체 뭐길래 싶다. 기존에 검색 결과를 쓱 요약해 주던 ‘AI 브리핑’과는 결이 다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가 질문을 소화하는 에이전트에 가까운 건 기본이고, 무엇보다 네이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쇼핑과 로컬 비즈니스 인프라를 AI에 통째로 얹었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을 던지면 답변만 툭 던져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예약이나 실제 구매 액션으로 맞물리게 디자인했다. 업계에서는 꽤 흥미로운 현상도 관측된다. 사람들이 범용적인 지식은 다른 AI 툴에서 먼저 묻더라도, 결국 장소 탐색이나 쇼핑 리뷰 같은 딥다이브가 필요해지면 다시 네이버를 켜는 식이다. 이달 말 정식 출시에 맞춰 모바일 검색 화면 내 노출 빈도까지 끌어올리면 체감 파급력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검색의 질을 높여 길목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멱살 잡고 끌어올릴 또 다른 축, 즉 숏폼 생태계에도 역대급 실탄을 붓기 시작했다. 검색으로 찾아온 유저들을 플랫폼 안에 계속 붙잡아두려면 결국 소비할 ‘콘텐츠’가 풍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네이버는 올해 숏폼 플랫폼 ‘클립’을 이끌어갈 크리에이터를 무려 최대 2만 명 규모로 쓸어 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2026년 클립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은 활동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창작자들의 활동 기간을 기존 5개월에서 최장 11개월로 두 배 넘게 늘려버렸다. 숏폼 시장 특유의 휘발성을 걷어내고, 창작자들이 네이버라는 판 안에서 장기적으로 콘텐츠를 찍어내며 둥지를 틀게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당장 밥벌이가 되는 보상 체계도 촘촘하게 손질했다. 선발된 이들에겐 일정액의 활동비와 쏠쏠한 상금이 쥐어지고, 콘텐츠 기획부터 성과 분석, 광고 인센티브 참여까지 원스톱으로 굴릴 수 있는 전용 앱도 지원된다. 사실 클립의 덩치는 이미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재생수와 콘텐츠 생산량 모두 전년 대비 각각 2.2배, 2.6배 뛰며 최고치를 갈아치운 상태다. 김아영 클립 리더가 창작자들의 성장을 밀어줘서 유저들이 다양한 트렌드를 발견하고 즐기게 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결국 이 톱니바퀴를 더 빨리 돌리겠다는 의미다.

고도화된 AI로 정보 탐색부터 결제까지 단숨에 연결하는 매끄러운 경험, 그리고 2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숏폼 콘텐츠. 어쩌면 네이버는 단순히 1위 포털의 자리를 방어하려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고도화된 AI 에이전트의 안내를 받으며 쇼핑과 예약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숏폼을 보며 놀게 만드는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을 완성해 가는 중이다. 이 치밀하게 엮인 생태계가 쏟아지는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언제까지 유효한 방어막이 되어줄지, 시장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